[원장칼럼]“의미”의 상실 후에 남는 것: 조던 피터슨 현상을 생각해본다.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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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출판계에서 이른바 ‘조던 피터슨”(Jordan Bernt Peterson)’ 현상이 주목을 받았다. 그의 책 <질서 너머>는 2030 여성들이 좌지우지하는 출판시장에 신기하게도 구매자의 80% 이상이 남성들도 소비하는 책이 되었다. 사실 그는 영미권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멘토로 자리 잡았고,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수는 2억 뷰가 넘었다. 우리나라에선 2년 전쯤, <인생의 12가지 법칙>의 저자로도 소개되었고, 유명 앵커인 캐시 뉴먼과의 인터뷰로, 이른바 ‘反페미니스트’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마르크스 사상과 관련하여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과 공개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저명한 신학자이자 성직자인 ‘로버트 배런(Robert Barron)’과 함께 기독교 신앙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담을 하기도 했다. 그의 사상 틀은, 정치적으로는 “정체성 정치”에 응수할 수 있는 “크립토나이트”를 제공한다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강의와 생각들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한다는 것이며, 그의 강의를 통해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는 일종의 ‘지적 간증’ 같은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조던 피터슨’ 현상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임명묵1)은, 그가 오늘의 세대가 잃어버린 “의미”를 소환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에서 밝힌 것처럼,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고자 하며, 삶의 순간순간 의미를 깨달을 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의미는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의미체계는 붕괴되고 말았다. 피터슨은 이렇게 말한다 “9.11 테러가 터진 뒤 사람들은 ‘무엇이 무너졌지?’라고 물었지만 그보다는 ‘아직 안 무너지고 남은 것은 무엇이지?’라고 물어야 했다”는 것이다. 계몽주의, 과학혁명, 산업혁명을 통해 기존의 질서가 붕괴되었고 종교는 하나의 거대한 속임수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으로 거대 담론의 붕괴되고 의미의 관계망이 해체되면서 의미를 추구하는 삶이란 매우 근대적이고 고리타분한 것이 되고 말았다. 의미를 부여해주던 전통종교, 가족, 일터가 해체되었고, 의미가 추방된 인간의 정신 속에 비집고 들어온 것이 이른바 “정체성 정치”들이다. 젠더, 민족, 정치적 진영 논리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결코 그것들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뿐더러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피터슨은 이러한 의미 해체의 연결고리를 추적하면서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처방전을 내린다. 인생을 제대로 살고자 한다면 냉소주의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삶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는데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책임 있게 받아들이는 데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방부터 치워야 하며”, 때론 질서를 넘어서는 통제할 수 없는 혼돈과 고통에 직면하지만 최선을 다해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그의 주장이 핵심이다. 다소 종교적이기까지 한 의외의 통찰과 해법이지만 저자 자신이 우울증 극복을 통해 공감과 설득의 지점들을 확보한다. 종종 그가 개인의 문제로만 환원시키며 일종의 심리적 메리토크러시(능력주의)를 신봉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꼰대’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의 선 굵은 메시지에 젊은이들이 공감하고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조던 피터슨 현상’을 보며 그를 페미니즘에 다른 목소리를 대는 이대남들의 대변인으로만 보거나 혹은 정체성 정치에 반대하는 사상사로만 본다면 이 신드롬을 이해하는 그리 건강한 방식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의미’의 결핍에 목말라하던 이 세대들의 결핍과 갈망을 보아야 한다는 것. MZ 세대는 단지 유희만을 추구하는 세대가 아니라 여전히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며, 그것에 기꺼이 응답하고자 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로 문제를 환원시키려는 방식을 뛰어넘어, 우리는 왜 삶의 의미를 추구해야 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이 의미 있는 삶임을 듣기 원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교회는 존재의 이유를 여전히 지니고 있으며 의미의 공동체로 서 있어야 한다.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이 시대와 세대에, 가치 있고도 책임적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복음이 ‘의미’의 진정정 있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이 변증 되고 공감될 때, 교회가 선포하는 메시지와 삶의 방식에 기꺼이 귀를 기울이며 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각주 1) 임명묵 “조던 피터슨 이해하기”, 슬로우뉴스(https://slownews.kr/71809)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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