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은 우리 시대의 가장 눈부신 기술 진보 중 하나로 꼽힌다. 2023년 ChatGPT의 폭발적 성장과 2024년 GPT-4o, Claude 3 Opus와 같은 고도화된 모델의 등장으로 AI는 이제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모든 빛이 그림자를 드리우듯, 인공지능의 발전 역시 환경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GPT-4 한 번의 질의응답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한 대의 전기차가 1km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양과 맞먹는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창의적 결과물 뒤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라는 생태적 비용이 숨겨져 있다. 현재, AI 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일부 중소국가의 총 전력 소비량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2030년이면 전 세계 AI 칩 제조를 위한 전력 수요가 3만 7,238GWh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170배 증가한 수치이며, 현재 아일랜드의 총 전력 소비량보다 많은 양(AI시대의 그림자: 반도체 제조산업의 전력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그린피스, 2025)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시급성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생태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성찰하는 일은 기독교인으로서 창조세계를 돌보는 책임과 그 구체적 방안을 재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디지털 탄소발자국: 보이지 않는 환경 비용
지난해 지브리풍 AI 그림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을 때, OpenAI의 CEO 샘 올트먼은 "GPU가 녹아내릴 정도"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었다. AI 모델,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학습과 추론 과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컴퓨팅 자원을 요구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GPT-3를 학습시키는 데 드는 전력량은 중소 도시 한 곳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다. 최근 IEA(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에 의하면,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수십만 가구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전력을 소비하며, 일부 대형 데이터센터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의 전체 가정이 사용하는 전력량과 유사한 규모의 전력을 소비한다(노컷뉴스 2025.08.02). 인공지능 산업의 에너지 소비는 202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약 200-250TWh였던 것에 비해, 2025년 현재는 약 500TWh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영국과 같은 선진국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율은 연간 20%를 넘어서면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GPT-4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약 7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이는 미국 평균 가정이 연간 배출하는 양의 약 5배에 해당한다. 또한 일반 사용자가 GPT-4에 단 한 번 질의응답을 할 때도 약 50-10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는 전기차 1km 주행 시 배출량과 유사한 수준이다(Strubell, E., Ganesh, A. & McCallum, A. Energy and Policy Considerations for Deep Learning in NLP, 2019 재인용). 또 '챗GPT'와 대화를 25-50개 정도를 주고 받는 데 물 500㎖가 소요된다. GPT-3를 훈련하는 데 총 70만ℓ의 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내 서버는 가동 시 많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지속 가동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AI Times, 2023.07.22). 이같이 지구의 제한된 자원을 인간의 기술적 욕망을 위해 소비하는 지금의 현실은 성경적 청지기 직분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AI를 향한 성서적 신학적 성찰
성경에서 인류에게 주어진 에덴동산 가꾸고 지키는 사명은 현대 기술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창세기 2장 15절에 나오는 단어, 히브리어로 '아바드'(경작하다)와 '샤마르'(지키다)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인간의 이중적 책임을 나타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도 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술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아야 하는 책임을 함께 가지고 있다. 모든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소유라는 말씀(시 24:1)으로 볼 때,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이 기술의 소유자가 아닌 청지기로서, 이것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 또한 성경은 우리 공동체의 평안과 환경의 평안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가르친다(렘 29:7). 인공지능 기술이 소비하는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이 창조세계의 평안을 해치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인류 공동체 자체의 평안도 위협하는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위해 기도하고 그 평안을 구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평안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생태신학자 샐리 맥페이그는 "지구는 하나님의 몸"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지구를 대하는 방식이 곧 하나님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도전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자원, 그로 인한 탄소 배출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신학적, 영적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인공지능은 기후 변화 예측, 자원 최적화, 재생 에너지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적 기여가 AI 자체의 환경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청지기로서 우리는 이러한 복잡한 현실 속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개신교 신학자 자크 엘륄‘은 저서 "기술 사회"에서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기술 체계'‘로 규정하며, 기술의 자율성이 인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사회학자로서 기술 사회의 현실을 분석하는 동시에, 신학자로서 복음의 소망을 제시하는 변증법적 접근을 취했다. 엘륄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기술 숭배 사회에서 '저항'과 '분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슈바르케 교수가 지적했듯이, 과학기술의 진보를 추동한 것은 역설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이기도 하다.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기독교적 유토피아를 현실화하려는 열망이 과학기술 혁신을 가져왔으며, 과거에는 '초월적'이고 '불가능'했던 것들이 과학기술을 통해 '내재적'이고 '가능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이 신적 기능과 자신의 능력을 실현하려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거부가 아닌, 디지털 절제와 책임 있는 기술 사용의 윤리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기술-경제적 패러다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기술이 자기목적화되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할 때, 그것은 인간 공동체와 모든 창조세계에 해를 끼친다. 인공지능의 맥락에서 이는 디지털 절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디지털 절제: 새로운 청지기 직분
사실 모든 AI 서비스가 동등한 환경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 기반 AI는 이미지나 동영상 생성보다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모델 크기와 복잡성에 따라서도 환경 부담이 달라진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천을 통해 '디지털 절제'를 구현할 수 있다:
- 교회 공동체 차원에서 AI 사용 윤리 지침을 마련하고 교육 : 교회 지도자와 전문가 협력으로 교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소그룹 모임과 세미나를 통해 교육하여 책임 있는 AI 사용 문화를 형성한다.
- 정보 검색이나 단순 작업은 가벼운 모델을 활용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고성능 생성형 AI 사용 : 경량 모델은 정보 검색이나 문서 요약에, 대규모 모델(GPT-4)은 복잡한 창작이나 전문 분석에만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AI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선택 :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한 AI 기업의 서비스를 선택하여 친환경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 여러 기업이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공개하고 있어 이를 참고할 수 있다.
- AI 기업의 환경 정책과 물 사용량, 탄소 배출량 모니터링하고 책임 있는 발전 촉구 : 그리스도인들은 기업의 환경 보고서를 확인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지속 가능한 기술 발전을 요구하는 캠페인에 참여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교회도 투자 윤리 원칙을 세워 환경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
생태적 책임과 신앙공동체의 예언자적 역할
그리스도인의 청지기 직분은 단순히 효율적 기술 개발을 넘어, 모든 피조물과의 연대 속에서 절제와 책임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돌보는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다(롬 8:22)”다. 환경 위기 앞에서 창조세계와 연대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다. 인공지능의 환경 영향에 대해서도 교회는 목소리를 높이고, 기업과 정부에 책임 있는 기술 개발과 사용을 촉구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방식은 단순한 기술적 결정이 아닌, 우리의 신앙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윤리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이 탄소중립 AI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개발도 진행 중이다. 또한 일부 기업은 재생에너지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우리의 소비 패턴과 개발 방식 자체를 재고하는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우리를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부르셨다(마 5:13-16).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우리는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인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AI가 기후 위기 해결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자체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탄소를 배출한다는 근본적 모순을 직면해야 한다.
특별히 교회는 AI 기술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단순히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환경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교회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공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 정책 결정 과정 참여 : 교회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이 AI 환경 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생명 존중과 피조물 돌봄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
- 기업과의 대화 : 주요 AI 기업들과 정기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기술 개발을 촉구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 대중 인식 제고 : 예배, 설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AI의 환경 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리스도인의 디지털 책임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
- 모범적 실천 : 교회 자체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때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사회에 모범을 보일 수 있다.
생태적 회심과 디지털 청지기 직분
그리스도인의 청지기 직분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기술 개발을 넘어, 모든 피조물과 연대하며 절제와 책임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돌보는 근본적 소명을 기억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기술 사용 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도모하는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더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와 욕망을 재평가하고,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겸손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청지기 직분은 기술의 발전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지혜롭게 인도하는 역할을 포함한다.
우리 모두가 희망 가운데 이 도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그러나 아직"의 종말론적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이미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AI 기술은 이미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우리의 지혜로운 선택과 책임 있는 실천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청지기 직분은 바로 이러한 희망 속에서 기술과 생태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35년째 지구를 위한 활동을 이어온 생태활동가.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일구며 지구돌봄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흙과 물과 바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로서 진정성 있는 관계를 통해 변화를 추구한다.
예장총회 기후위기대응위원과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2021년부터 '10년의 약속'으로 매일 아침 지구를 위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환경살림 80가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거야' 등의 책을 통해 생명 돌봄의 지혜를 나눈다.
인공지능은 우리 시대의 가장 눈부신 기술 진보 중 하나로 꼽힌다. 2023년 ChatGPT의 폭발적 성장과 2024년 GPT-4o, Claude 3 Opus와 같은 고도화된 모델의 등장으로 AI는 이제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모든 빛이 그림자를 드리우듯, 인공지능의 발전 역시 환경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GPT-4 한 번의 질의응답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한 대의 전기차가 1km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양과 맞먹는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창의적 결과물 뒤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라는 생태적 비용이 숨겨져 있다. 현재, AI 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일부 중소국가의 총 전력 소비량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2030년이면 전 세계 AI 칩 제조를 위한 전력 수요가 3만 7,238GWh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170배 증가한 수치이며, 현재 아일랜드의 총 전력 소비량보다 많은 양(AI시대의 그림자: 반도체 제조산업의 전력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그린피스, 2025)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시급성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생태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성찰하는 일은 기독교인으로서 창조세계를 돌보는 책임과 그 구체적 방안을 재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디지털 탄소발자국: 보이지 않는 환경 비용
지난해 지브리풍 AI 그림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을 때, OpenAI의 CEO 샘 올트먼은 "GPU가 녹아내릴 정도"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었다. AI 모델,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학습과 추론 과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컴퓨팅 자원을 요구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GPT-3를 학습시키는 데 드는 전력량은 중소 도시 한 곳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다. 최근 IEA(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에 의하면,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수십만 가구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전력을 소비하며, 일부 대형 데이터센터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의 전체 가정이 사용하는 전력량과 유사한 규모의 전력을 소비한다(노컷뉴스 2025.08.02). 인공지능 산업의 에너지 소비는 202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약 200-250TWh였던 것에 비해, 2025년 현재는 약 500TWh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영국과 같은 선진국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율은 연간 20%를 넘어서면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GPT-4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약 7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이는 미국 평균 가정이 연간 배출하는 양의 약 5배에 해당한다. 또한 일반 사용자가 GPT-4에 단 한 번 질의응답을 할 때도 약 50-10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는 전기차 1km 주행 시 배출량과 유사한 수준이다(Strubell, E., Ganesh, A. & McCallum, A. Energy and Policy Considerations for Deep Learning in NLP, 2019 재인용). 또 '챗GPT'와 대화를 25-50개 정도를 주고 받는 데 물 500㎖가 소요된다. GPT-3를 훈련하는 데 총 70만ℓ의 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내 서버는 가동 시 많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지속 가동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AI Times, 2023.07.22). 이같이 지구의 제한된 자원을 인간의 기술적 욕망을 위해 소비하는 지금의 현실은 성경적 청지기 직분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AI를 향한 성서적 신학적 성찰
성경에서 인류에게 주어진 에덴동산 가꾸고 지키는 사명은 현대 기술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창세기 2장 15절에 나오는 단어, 히브리어로 '아바드'(경작하다)와 '샤마르'(지키다)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인간의 이중적 책임을 나타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도 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술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아야 하는 책임을 함께 가지고 있다. 모든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소유라는 말씀(시 24:1)으로 볼 때,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이 기술의 소유자가 아닌 청지기로서, 이것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 또한 성경은 우리 공동체의 평안과 환경의 평안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가르친다(렘 29:7). 인공지능 기술이 소비하는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이 창조세계의 평안을 해치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인류 공동체 자체의 평안도 위협하는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위해 기도하고 그 평안을 구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평안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생태신학자 샐리 맥페이그는 "지구는 하나님의 몸"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지구를 대하는 방식이 곧 하나님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도전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자원, 그로 인한 탄소 배출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신학적, 영적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인공지능은 기후 변화 예측, 자원 최적화, 재생 에너지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적 기여가 AI 자체의 환경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청지기로서 우리는 이러한 복잡한 현실 속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개신교 신학자 자크 엘륄‘은 저서 "기술 사회"에서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기술 체계'‘로 규정하며, 기술의 자율성이 인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사회학자로서 기술 사회의 현실을 분석하는 동시에, 신학자로서 복음의 소망을 제시하는 변증법적 접근을 취했다. 엘륄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기술 숭배 사회에서 '저항'과 '분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슈바르케 교수가 지적했듯이, 과학기술의 진보를 추동한 것은 역설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이기도 하다.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기독교적 유토피아를 현실화하려는 열망이 과학기술 혁신을 가져왔으며, 과거에는 '초월적'이고 '불가능'했던 것들이 과학기술을 통해 '내재적'이고 '가능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이 신적 기능과 자신의 능력을 실현하려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거부가 아닌, 디지털 절제와 책임 있는 기술 사용의 윤리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기술-경제적 패러다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기술이 자기목적화되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할 때, 그것은 인간 공동체와 모든 창조세계에 해를 끼친다. 인공지능의 맥락에서 이는 디지털 절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디지털 절제: 새로운 청지기 직분
사실 모든 AI 서비스가 동등한 환경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 기반 AI는 이미지나 동영상 생성보다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모델 크기와 복잡성에 따라서도 환경 부담이 달라진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천을 통해 '디지털 절제'를 구현할 수 있다:
생태적 책임과 신앙공동체의 예언자적 역할
그리스도인의 청지기 직분은 단순히 효율적 기술 개발을 넘어, 모든 피조물과의 연대 속에서 절제와 책임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돌보는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다(롬 8:22)”다. 환경 위기 앞에서 창조세계와 연대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다. 인공지능의 환경 영향에 대해서도 교회는 목소리를 높이고, 기업과 정부에 책임 있는 기술 개발과 사용을 촉구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방식은 단순한 기술적 결정이 아닌, 우리의 신앙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윤리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이 탄소중립 AI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개발도 진행 중이다. 또한 일부 기업은 재생에너지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우리의 소비 패턴과 개발 방식 자체를 재고하는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우리를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부르셨다(마 5:13-16).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우리는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인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AI가 기후 위기 해결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자체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탄소를 배출한다는 근본적 모순을 직면해야 한다.
특별히 교회는 AI 기술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단순히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환경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교회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공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생태적 회심과 디지털 청지기 직분
그리스도인의 청지기 직분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기술 개발을 넘어, 모든 피조물과 연대하며 절제와 책임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돌보는 근본적 소명을 기억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기술 사용 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도모하는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더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와 욕망을 재평가하고,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겸손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청지기 직분은 기술의 발전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지혜롭게 인도하는 역할을 포함한다.
우리 모두가 희망 가운데 이 도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그러나 아직"의 종말론적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이미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AI 기술은 이미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우리의 지혜로운 선택과 책임 있는 실천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청지기 직분은 바로 이러한 희망 속에서 기술과 생태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35년째 지구를 위한 활동을 이어온 생태활동가.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일구며 지구돌봄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흙과 물과 바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로서 진정성 있는 관계를 통해 변화를 추구한다.
예장총회 기후위기대응위원과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2021년부터 '10년의 약속'으로 매일 아침 지구를 위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환경살림 80가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거야' 등의 책을 통해 생명 돌봄의 지혜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