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회]인공지능과 교회(5) - 인공지능 시대, 기독교 예배는 어떻게 달라질까?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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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최근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신의 얼굴을 일본 애니메이션 풍으로 바꾸는 기능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기술이 대중적으로 사용되리라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누구나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자신만의 '애니메이션 프로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현대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는 수준을 넘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기까지 합니다. 학계나 산업의 환경에서는 이 기술이 인류 문명의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는 '혁신'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원리는 이미 저장되어진 언어와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대 언어모델을 만들고 이를 학습하여 빠른 연산능력으로 적당한 답을 연결하여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초기의 생성형 인공지능은 답을 생성하기 위한 데이터가 적은 분야가 분명이 존재했고 이를 기반으로 질문의 의도와 맞지 않거나 전혀 엉뚱한 답이 나오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많은 데이터들이 수집되고 축적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위험성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독교 예배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기독교 예배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작은 시도입니다.

 


2. 인공지능과 예배, 그 접점은 어디일까?

먼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기독교 예배는 단순한 ‘형식’이나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예배는 하나님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한 영적인 사건이며,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이루어지는 신비의 자리입니다. 전통적으로 “예배의 법은 곧 신앙의 법이다(Lex orandi, lex credendi)”라는 말이 있듯이, 예배는 단순히 신앙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형성하는 핵심 통로입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졌다 하더라도, 하나님과의 만남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성령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AI는 무용지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도구를 예배를 더욱 풍성하게 구성하고 돕는 보조 수단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3. 예배 속 인공지능의 활용, 이렇게 해보자!

생성형 인공지능을 예배에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물론 제 생각보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독교 예배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 설교 준비를 돕는 조력자

설교자는 본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묵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은 역사적 배경, 원어 해석, 전통적 해석 등을 빠르게 제공해줍니다. 예를 들어 교부 시대의 주석이나 종교개혁자들의 해석을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설교문을 완성한 뒤에는 청중에게 더 잘 다가갈 수 있도록 표현을 다듬는 일에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설교 전체를 생성형 인공지능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와 설교를 듣는 회중 사이를 연결해주는 작업이며 이는 두 지점을 잘 알고 있는 목회자에 의해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예배 전체 구성 아이디어 뱅크

설교 본문과 주제가 정해졌다면, 이에 맞는 예배 순서, 찬양 선곡, 기도문 작성 등도 AI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전적인 형식을 중심으로 예배를 기획하고 싶다면 초기 교회의 기도문을 검색해 참고하고, 자유로운 기도 형식을 원한다면 회중의 상황과 주제에 맞는 기도문을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절기 예배에 어울리는 본문이나 장식 아이디어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말씀과 설교 중심의 예배를 넘어 회중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순서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3) 음악, 찬양, 작곡까지도 가능

예배의 주제에 어울리는 찬양을 찾는 데에도 AI는 유용합니다. 찬송가 외에 해외 찬양곡을 검색하거나, 원하는 분위기에 맞는 곡을 추천받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직접 쓴 가사에 멜로디를 붙이고 싶은 경우, AI에게 작곡을 요청하면 장르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미디(MIDI) 파일을 활용하면 실제로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예전적 예배를 지향할 때 적절한 화답송을 찾기 어려울 때 생성형 인공지능이 해결해 줄 수도 있습니다.

 

(4) 시각적 예배 환경 구성

한국 교회에서는 시각적 상징 사용이 아직은 조심스러운 영역이지만, 절기 예배나 특별한 예전에서는 공간 구성과 장식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예배 환경을 구성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이미지 샘플을 시각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설교에 필요한 이미지나 영상 클립도 AI를 통해 손쉽게 제작할 수 있으며, 이는 설교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5) 기도문과 예전문 작성

AI는 다양한 예배용 기도문, 예전문을 작성하는 데도 능숙합니다. 예를 들어, 성찬기도문이나 공동기도문을 고전적 스타일 혹은 현대적 언어로 작성해줄 수 있으며, 특정 절기나 주제에 맞춘 창작 기도문도 가능합니다. 이미 축적된 신앙 전통의 언어들을 바탕으로 보다 정돈된 기도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4. 마무리하며 – 기술은 도구일 뿐, 중심은 하나님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분명히 기독교 예배의 본질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도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하나님과의 만남을 더욱 깊이 있게 돕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때, 예배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예배의 중심은 언제나 하나님이며, 그 자리를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가진 이 시대의 도구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지를 고민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의 신앙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서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글 김형락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신학석사를 이수하던 중 예배학의 거장 단 세일리어스 교수를 만나 사사하고 예배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하다. 이후 드루 대학교 예전학부 박사과정에서 헤더 엘킨스 교수의 지도 하에 박사과정을 마쳤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3년동안 담임목회를 하면서 배운 것을 목회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였고, 서울신학대학교에 임용되어 현재 예배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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