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특집 ] 한국교회와 수축사회 (1)한국사회와 교회의 수축 어디까지 왔나
전 세계가 수축하고 있다. 가히 전환의 세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3차원에서 4차원으로 이동하듯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 변동의 축은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의 선회이다. 르네상스, 산업혁명 이후 500년간 세계는 팽창 사회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의 시대, 20세기 후반 IT 혁신을 통해 세계는 성장의 절정을 맞이하였지만, 이제 '성장'은 과거의 수식어가 되었고, 함께 나눌 파이의 양이 줄면서 번영이 아닌 생존을 둘러싼 개인과 국가간의 제로섬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수축사회(constrict society)'란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기초 골격이 바뀌고 인간의 행동 규범,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킨다(홍성국 '수축사회' 중에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도 단순한 불평등이 아니라 수축사회와 겹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2.0%에 그쳤다. 한국 경제는 전후 세계 최고의 팽창 속도를 자랑했다. 저성장의 충격이 어떤 나라보다도 클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지표는 이제 한국경제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도리어, 이제 한국은 압도적인 세계 1위 저출생국이고, 자살률은 OECD 평균 2배다. 인구수축을 넘어 절벽현상이 가져온, 생산 가능 인력의 감소, 이에 따른 성장 동력의 약화, 전통적 산업 구조 위축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의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의 역할은 어떠한가. 갤럽 조사(2021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종교사회였던 한국사회는 무종교인(60%)이 종교인보다 더 많은 무종교 사회로 진입했다(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38%만이 "종교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하였으며, 이는 2014년 대비 25% 감소한 수치임). 종교의 역할 부재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된 고립 사회 속에서 원자화된, 축소지향적 개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축사회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바꾼다. 최근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분노'와 '무기력'이다. 성장을 멈추고, 생존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현실을 돌파할 만한 탈출구의 부재로, 젊은 세대는 좌절하고 비관적 전망들로 팽배하다.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치열한 생존투쟁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수축사회의 장기간 지속은 무질서를 한방에 그리고 과감하게 해결해줄 구원자를 필요로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는 극단적 이념과, 포퓰리즘의 득세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수축사회의 현실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유무형 자산의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성장으로 대변되는 부흥의 시기는 어느덧 한국교회사의 한 페이지로만 기억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 된 한국교회성장 하락에 따라 신자들도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별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교회 이탈 및 신규 진입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교회 역시 초고령화의 길목에 들어섰다. 성도 수의 감소로, 헌금액이 축소하고 있으며, 이는 적지 않은 교회들의 생존에 부담을 주고 있고, 교회의 대사회적 섬김 역량 약화와 전도 및 해외 선교 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대형 교회도 예외가 아니며, 교회 규모의 양극화로 인해 급속하게 축소된 중소형 교회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한국교회가 지닌 무형의 자산들은 어떠한가. 무종교사회로의 전환이 목격된다고 하지만 일부 교회와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부정적인 사건들과 시대의 흐름과 유리된 구시대적 모습들, 게토화되는 교회문화, 일상 속에서 노출되는 성도들의 윤리성 약화, 일부 교회 지도자들과 그룹들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정치적 구호와 당파성은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 자본의 급속한 수축을 가져오고 있다. 교회공동체가 지녀야 할 공공성에 대한 감각 약화로 교회에 기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비판적 교회 인식은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개신교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묘사로 재현되고 소비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파를 통해 기독교 신앙생활과 교회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악순환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이 수축사회와 수축교회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가야 하는 것일까. 이른바, 팽창시대의 사회/문화 이해, 그리고 목회관과 교회론적 서사에 머물러 있다면, 이 축소시대의 충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건설에 있어 물리적인 교회공간의 확대와 성도들의 증가가 최우선 순위라면, 광야가 아닌 광장에서의 목소리가 교회가 발산해야 할 목소리라고 오독한다면, 도래한 수축시대를 한국교회는 견디어 내기 버거울 것이다.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전환의 시대일수록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이 수축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하는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신학적 전환과 상상력, 신앙적 실천을 요청한다. 팽창시대의 교회론으로 구성된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는 수축시대에 호응하는 교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교회의 외적 성장이나 헌금 액수의 팽창이 신앙공동체의 최선의 목표가 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교회론의 정립, 건강한 공동체론의 확립이 중요하다. 교회 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역시 소통 규모의 일방적 확대보다 소통의 질을 더욱 증대하는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교회가 지닌 사회적 신뢰 자본의 확장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은 공공성 감각에 대한 인식이다. 특별히 이러한 교회의 공공성은 지역 교회로의 자리매김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전반의 수축현상으로 인해 인적/물리적 공간과 역량 축소가 현실화될 수 있지만 교회가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적극 참여하고,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번영을 위한 사회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매김 한다면 교회는 지역이라는 확장된 영토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대의 교회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교회는 영적, 사회적 자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목회적 돌봄, 공동체 및 삶의 의미를 제공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이전의 물질적 성공이나 풍요로움을 성취하기 어려운 시대, 전통적인 성공과 부의 확장을 이루지 못해 고통하는 이들에게 삶의 더 깊은 의미와 목적을 추구할 수 있도록, 수축사회에서의 건강한 의미부여 공동체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 현대 생활의 고립에 대항하여 소속감과 정서적 지원에 대한 감각과 사회적 연결망, 물질적 자원을 제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수축사회는 목하 한국교회가 직면한 사회적 실존이지만, 이러한 전환적 시대를 통해 오히려 한국교회가 갱신되고 건강성을 회복하는 건설적 모멘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각각의 교회가 처한 자리에서 수축의 시대를 지혜롭게 건너가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백광훈 원장 (문화선교연구원)
[ 3월 특집 ] 한국교회와 수축사회 (1)한국사회와 교회의 수축 어디까지 왔나
전 세계가 수축하고 있다. 가히 전환의 세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3차원에서 4차원으로 이동하듯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 변동의 축은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의 선회이다. 르네상스, 산업혁명 이후 500년간 세계는 팽창 사회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의 시대, 20세기 후반 IT 혁신을 통해 세계는 성장의 절정을 맞이하였지만, 이제 '성장'은 과거의 수식어가 되었고, 함께 나눌 파이의 양이 줄면서 번영이 아닌 생존을 둘러싼 개인과 국가간의 제로섬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수축사회(constrict society)'란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기초 골격이 바뀌고 인간의 행동 규범,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킨다(홍성국 '수축사회' 중에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도 단순한 불평등이 아니라 수축사회와 겹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2.0%에 그쳤다. 한국 경제는 전후 세계 최고의 팽창 속도를 자랑했다. 저성장의 충격이 어떤 나라보다도 클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지표는 이제 한국경제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도리어, 이제 한국은 압도적인 세계 1위 저출생국이고, 자살률은 OECD 평균 2배다. 인구수축을 넘어 절벽현상이 가져온, 생산 가능 인력의 감소, 이에 따른 성장 동력의 약화, 전통적 산업 구조 위축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의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의 역할은 어떠한가. 갤럽 조사(2021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종교사회였던 한국사회는 무종교인(60%)이 종교인보다 더 많은 무종교 사회로 진입했다(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38%만이 "종교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하였으며, 이는 2014년 대비 25% 감소한 수치임). 종교의 역할 부재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된 고립 사회 속에서 원자화된, 축소지향적 개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축사회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바꾼다. 최근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분노'와 '무기력'이다. 성장을 멈추고, 생존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현실을 돌파할 만한 탈출구의 부재로, 젊은 세대는 좌절하고 비관적 전망들로 팽배하다.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치열한 생존투쟁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수축사회의 장기간 지속은 무질서를 한방에 그리고 과감하게 해결해줄 구원자를 필요로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는 극단적 이념과, 포퓰리즘의 득세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수축사회의 현실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유무형 자산의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성장으로 대변되는 부흥의 시기는 어느덧 한국교회사의 한 페이지로만 기억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 된 한국교회성장 하락에 따라 신자들도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별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교회 이탈 및 신규 진입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교회 역시 초고령화의 길목에 들어섰다. 성도 수의 감소로, 헌금액이 축소하고 있으며, 이는 적지 않은 교회들의 생존에 부담을 주고 있고, 교회의 대사회적 섬김 역량 약화와 전도 및 해외 선교 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대형 교회도 예외가 아니며, 교회 규모의 양극화로 인해 급속하게 축소된 중소형 교회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한국교회가 지닌 무형의 자산들은 어떠한가. 무종교사회로의 전환이 목격된다고 하지만 일부 교회와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부정적인 사건들과 시대의 흐름과 유리된 구시대적 모습들, 게토화되는 교회문화, 일상 속에서 노출되는 성도들의 윤리성 약화, 일부 교회 지도자들과 그룹들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정치적 구호와 당파성은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 자본의 급속한 수축을 가져오고 있다. 교회공동체가 지녀야 할 공공성에 대한 감각 약화로 교회에 기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비판적 교회 인식은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개신교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묘사로 재현되고 소비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파를 통해 기독교 신앙생활과 교회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악순환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이 수축사회와 수축교회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가야 하는 것일까. 이른바, 팽창시대의 사회/문화 이해, 그리고 목회관과 교회론적 서사에 머물러 있다면, 이 축소시대의 충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건설에 있어 물리적인 교회공간의 확대와 성도들의 증가가 최우선 순위라면, 광야가 아닌 광장에서의 목소리가 교회가 발산해야 할 목소리라고 오독한다면, 도래한 수축시대를 한국교회는 견디어 내기 버거울 것이다.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전환의 시대일수록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이 수축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하는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신학적 전환과 상상력, 신앙적 실천을 요청한다. 팽창시대의 교회론으로 구성된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는 수축시대에 호응하는 교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교회의 외적 성장이나 헌금 액수의 팽창이 신앙공동체의 최선의 목표가 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교회론의 정립, 건강한 공동체론의 확립이 중요하다. 교회 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역시 소통 규모의 일방적 확대보다 소통의 질을 더욱 증대하는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교회가 지닌 사회적 신뢰 자본의 확장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은 공공성 감각에 대한 인식이다. 특별히 이러한 교회의 공공성은 지역 교회로의 자리매김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전반의 수축현상으로 인해 인적/물리적 공간과 역량 축소가 현실화될 수 있지만 교회가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적극 참여하고,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번영을 위한 사회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매김 한다면 교회는 지역이라는 확장된 영토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대의 교회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교회는 영적, 사회적 자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목회적 돌봄, 공동체 및 삶의 의미를 제공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이전의 물질적 성공이나 풍요로움을 성취하기 어려운 시대, 전통적인 성공과 부의 확장을 이루지 못해 고통하는 이들에게 삶의 더 깊은 의미와 목적을 추구할 수 있도록, 수축사회에서의 건강한 의미부여 공동체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 현대 생활의 고립에 대항하여 소속감과 정서적 지원에 대한 감각과 사회적 연결망, 물질적 자원을 제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수축사회는 목하 한국교회가 직면한 사회적 실존이지만, 이러한 전환적 시대를 통해 오히려 한국교회가 갱신되고 건강성을 회복하는 건설적 모멘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각각의 교회가 처한 자리에서 수축의 시대를 지혜롭게 건너가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백광훈 원장 (문화선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