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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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사회는 정치, 사회, 경제,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혼란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종교 측면에서만 봐도 탈종교화 현상, 세대갈등/통합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회는 이들 종교/종교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2024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개신교인, 즉 기독교인의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을 명료하게 알기 위해 비기독교인을 비교군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넘버즈 <279호>는 이 가운데 종교∙신앙 활동에 대한 부분을 소개한다. 종교∙신앙 활동에 대한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간 인식의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한국교회의 현 주소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1. [종교 소속의 변화: 탈종교화와 가나안성도의 증가]
1) 기독교인 10명 중 6명, 교회에 소속되지 않아도 신앙생활 가능!

  • 종교 단체에 소속하지 않아도 종교 생활이 가능할까?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 10명 중 6명꼴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독교인의 제도화된 교회에 대한 의존도가 비기독교인 수준과 비슷해졌음을 의미하며, 탈종교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  다만 종교별로 보면 불교인, 가톨릭인 등 타 종교보다는 ‘기독교인’의 종교 단체 소속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눈에 띄는 점은 오히려 ‘무종교인’의 경우 ‘종교 단체 소속되지 않아도 종교 생활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가톨릭인, 불교인 대비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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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나안성도 증가세 지속...20대 기독청년 44% ‘출석 교회 없다’!

  •  탈종교화의 대표적인 현상인 가나안성도의 증가를 이번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 자료에서 보면 2012년 교회 비출석 기독교인, 즉 가나안성도는 11% 수준이었는데 2017년 20%를 넘어섰고, 2023년 29%까지 올라갔다. 본 조사인 2024년에는 31%로 30%대에 진입했다.
  • 연령별로 살펴보면 청년세대의 종교성 약화가 뚜렷하다. 20대가 44%로 ‘출석 교회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고, 30대와 40대도 각각 38%, 39%로 중노년층 세대보다 높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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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앙 실천과 종교적 의미의 변화]

1) 모든 종교인/무종교인, 종교 생활의 가장 큰 목적 : ‘마음의 평안’(1위)!

  • 종교 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물은 결과,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종교인, 무종교인이 공통적으로 ‘마음의 평안’을 1순위로 꼽았다. 2순위부터는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종교 목적이 이제는 ‘진리와 구원’ 같은 근본적∙초월적 차원이 아닌 ‘마음의 평안, 인격 성숙’과 같은 부수적∙기능적 차원에 더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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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종교인 6명 중 1명도 ‘평소에 기도한다’!

  • 평소에 기도를 하는지를 물었을 때 기독교인의 대부분(84%)이 ‘그렇다’라고 응답했는데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70%로, 60대 92%, 70세 이상 93%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앞서 청년층에서 가나안성도 비율이 높은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기도생활 지표에서도 젊은 층 기독교인의 종교성이 약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기독교를 제외한 종교별로 보면 가톨릭인 70%, 불교인 49%가 각각 평소 기도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무종교인의 경우도 16%가 평소 기도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6명 중 1명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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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도하는 이유, 기독교인∙비기독교인 모두 ‘가족과 친구의 안녕’ 최우선!

  • 이번에는 평소에 기도한다고 응답한 자에게 기도의 이유를 물었다. 그 결과(1+2순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 모두 ‘가족과 친구의 안녕을 위해’를 가장 많이 꼽았다.
  • 종교별로는 ‘무종교인’은 기독교인과 동일하게 ‘가족과 친구의 안녕을 위해’(66%)를 기도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가톨릭인’과 ‘불교인’의 기도의 이유 1위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각각 60%, 62%)였다.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이나 앞서 언급한 ‘종교의 목적 인식’과 마찬가지로 ‘기도하는 이유’ 역시 종교의 기능적 차원(가족과 친구의 안녕, 마음의 평화)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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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람직한 신앙인의 기준, ‘윤리적 삶’과 ‘겸손한 태도’!

  • 바람직한 신앙인은 어떤 모습일까? 신앙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간 비율의 차이는 있으나 ‘윤리적인 삶’과 ‘겸손한 태도’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진정한 신앙인은 종교적인 열심과 지식보다 겸손과 윤리적인 삶을 통해 그 가치를 드러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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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적 위기와 기독교: 돌봄 공동체로서의 역할과 한계]

1) 사회적 위기 시 종교 도움된다, 기독교인 71% vs 비기독교인 29%!

  •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종교가 도움이 되는지를 물은 결과, 기독교인의 71%가 ‘그렇다’(매우+대체로)고 응답한 반면, 비기독교인은 29%에 그쳐 두 집단 간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종교별로는 ‘사회적 위기 시 종교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톨릭인’ 60%, ‘불교인’ 42%, ‘무종교인’ 16%로 나타나, 종교인 중 기독교인의 종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 사회적 위기가 있을 때 교회가 사랑과 돌봄의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기독교인’ 70%, ‘비기독교인’ 28%가 ‘그렇다’고 응답해 위와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기독교인이 사회적 위기 속에서 종교와 교회를 중요한 의지처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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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좋은 교회의 기준, 기독교인: 예배, 비기독교인: 사회적 책임 실천(봉사)!

  • 그렇다면 좋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무엇일까? 기독교인은 ‘경건한 예배와 말씀’(39%), ‘사회적 약자를 향한 봉사와 구제’(26%), ‘서로 돌봄’(13%) 순으로 응답했고, 비기독교인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봉사와 구제’(43%)를 압도적으로 꼽았고, 이어 ‘경건한 예배와 말씀’(13%), ‘서로 돌봄’(9%) 등의 순이었다. 비기독교인은 교회의 역할이 사회적 책임 실천,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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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회 내 ‘여성’ 안전 인식, 기독교인-비기독교인 간 37%p 차이!

  • 교회 내에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들이 안전함을 느낀다고 생각하는지를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에게 각각 물었다. 기독교인의 경우 ‘노인’(75%)의 교회 내 안전도를 가장 높게 응답했고, ‘여성’(71%), ‘장애인’(67%), ‘기초생활수급자’(60%)도 60% 이상이었다. 반면 ‘비기독교인’의 교회 내 안전도 인식은 ‘노인’ 43%, ‘여성’ 34% 등으로 모든 항목에서 절반에 못 미쳤다.
  • 특히 ‘여성’의 교회 내 안전도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간 가장 큰 인식 차를 보였는데, 이는 교회의 양성평등 실현에 대한 교회 안팎의 온도 차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 다만 ‘성소수자/동성애자’에 관한 기독교인(14%)과 비기독교인(10%) 간 교회 내 안전도 인식 수준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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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회 내 여성 안전도, 젊은 세대일수록 낮게 평가!

  • 교회 내에서 여성이 안전한가에 대한 기독교인의 인식을 연령별로 살펴본다. 20대 61%, 30대 58%, 40대 61%로 40대까지는 교회 내 안전도 평가가 평균(71%)보다 낮았다.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70% 후반 이상을 기록했다. 젊은 세대가 고연령층보다 교회 내 여성의 안전도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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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교인의 사회적 이미지와 정치적 태도]

1) 기독교인에 관한 무종교인의 호감도, 한 자리수(9%)에 불과!

  • 종교인에 대한 호감도를 종교별로 살펴본다. 모든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에 대한 호감도를 가장 높게 응답했고, 무종교인의 경우 ‘불교인’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 가톨릭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호감도가 2순위(38%)였으나 기독교에 대한 가톨릭인의 호감도는 4위(21%)였고, 불교인(19%)과 무종교인(9%)의 기독교 호감도도 4~5위로 나타나 기독교인에 대한 비기독교인의 불신과 반감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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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료 기독교인에 대한 호감도, 젊은 세대∙가나안성도일수록 낮아!

  • 같은 기독교인에 대한 호감도를 ‘연령별’, ‘출석 교회 유무별’로 살펴본 결과, 연령대가 낮을수록 ‘긍정적이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20대의 동료 기독교인에 관한 호감도는 48%, 30대 47%인데 반해 60대는 77%, 70세 이상 78%로 젊은 기독교인은 같은 기독교인에 대해 중노년층 대비 호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또, 출석교회가 없는 ‘가나안성도’(43%)의 경우 ‘출석 교인’(73%)보다 같은 기독교인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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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 종교 중 기독교인이 ‘가장 보수적’!

  • 주관적 이념성향 점수(진보 0점~ 보수 10점)는 전체 평균이 5.3점이었으며, 종교별로 살펴보면 ‘기독교인’이 5.5점으로 가장 보수적이었다. 이어 ‘불교인’ 5.2점, ‘가톨릭인’과 ‘무종교인’이 4.9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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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호 요약

1. 가나안성도 증가세 지속...20대 기독청년 44% ‘출석 교회 없다’! 

  • 2012년 한국의 가나안성도는 11% 수준이었는데(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2024년 31%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20대 44%가 ‘출석 교회가 없다’고 응답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2. 종교인이나 무종교인이나, ‘마음의 평안’이 종교 생활의 가장 큰 목적! 

  • 종교 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물은 결과, 종교인, 무종교인이 공통적으로 ‘마음의 평안’을 1순위로 꼽았다.

3. 무종교인 6명 중 1명도 ‘평소에 기도한다’!

  • 평소에 기도를 하는지 물었더니 기독교인의 대부분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가톨릭인 70%, 불교인 49%가 각각 평소에 기도한다고 응답했다. 무종교인의 경우도 평소 기도하는 비율이 16%로 6명 중 1명꼴이었다.


목회 적용점

사회는 교회를 이루는 테두리이고, 교회는 사회 속 기관이다. 따라서 사회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하는 것 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조사는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인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인식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떠한가?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를 제외한 타 종교인의 기독교인 호감도 순위는 4~5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는 비기독교인의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기독교 인 스스로 평가한 기독교인 호감도도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여기에서 사회의 비호감이 편견이 아니라 우리가 고쳐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독교인에 대한 낮은 호감도는 전도의 장애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 회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사회는 두 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성도 개인적으로는 신앙인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 으로 선정된 ‘윤리적인 삶’을 실천해야 한다. 윤리적인 삶은 단순히 소극적인 도덕성 준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적극적 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환대하는 것을 뜻한다. 

둘째로 교회적으로는 비기독교인이 좋은 교회의 특성으로 꼽는 ‘사회적 약자 돌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관 심을 덜 보이고, 국가 시스템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찾고 이들을 섬기는 것이 교회에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기독교인, 가톨릭인, 불 교인, 무종교인 모두 ‘마음의 평안’을 종교 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꼽았다. 이 점에서는 종교별로 차이가 없다. 교회의 고유성이 안 보인다. 2위 응답에 주목하면 답이 있다. ‘진리와 구원’, 곧 복음과 말씀 가운데 바로 서고, 이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교회만의 차별성이며, 교회의 본질이다. 



지용근 대표 (목회데이터연구소)

* 본 게시물은 '넘버즈(numbers)'의 <279호> 주간 리포트에서 일부를 추출하여 동시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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