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 미국 복음주의 교회 정치참여와 트럼피즘 (2)



미국 복음주의 교회와 트럼피즘의 관계가 한국 교회와 사회에 주는 함의


1. 종교의 정치적 개입과 거래의 위험성

한국 교회는 정치 권력과의 관계에 있어 다양한 역사를 보였다. 때로는 지나친 유착관계라는 비판을 받고, 때로는 기존 권력에 대한 저항의 축이 되어 반체제라는 의심 아래 탄압을 받을 정도로 교회는 정치적 진공상태에서 존재하여 온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회와 정치 세력과의 거래 관계는 교회가 지켜야 할 복음의 초월성과 차별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새롭게 각성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교회가 현실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원칙을 포기하는 모습, 예컨대 교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하여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과 지나치도록 밀착하는 경우, 신앙적 차별성과 예언자적 역할을 상실하게 되는 위험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위기적 현실은 교회로 하여금 자유민주주의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관계성과 차별성에 대한 신앙·신학적 이해와 교육에 더욱 힘써야 함을 보여준다. 또한 정교분리에 대한 신앙적·신학적·법적·정치적 이해와 교육과 실천의 필요성도 함께 드러낸다. 

2. 포퓰리즘에 대한 신학적 성찰

트럼피즘의 반엘리트·음모론 확산 전략이 한국 포퓰리즘 정치와 교회 안에서의 위험한 담론으로 침투하는 현실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음모론이 받아들여지는 사회문화적 모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을 기초로 "분노의 정치"를 넘어 화해와 통합의 복음 메시지를 교회 안에서부터, 나아가 시민사회와도 명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디지털 시대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가짜 뉴스 대응 교육 강화 등을 포함하여 디지털 역량 등을 강화함으로써 건강한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3. 기독교 민족주의에 대한 신앙·신학적 이해와 교육의 필요  

"한국은 기독교 국가"라는 내러티브가 정치적 수사로 악용될 경우, 다종교·다문화 사회에서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음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반이민·반다문화 담론 등을 배경으로 미국에서 나타난 이민자 배제 정서가 한국 교회 내에서도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를 이민족의 압제로부터 해방으로 이끌었던 주요한 동력이자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라며 경제적 성장을 이끌었던 힘이었고, 민주화와 통일을 위하여 국민들의 마음을 모았던 ‘민족주의의 건설적인 특성’이 세계화·반세계화·블록화의 갈등적 혼재 상황으로 인해 야기되는 위협과 공포감에 포획되어 ‘닫힌 민족주의’로 변질되는 시대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 아래에서 ‘우상적이지 않은 자기 존중 (Non-idolatrous self-esteem)’을 토대로 열방을 품는 ‘건강한 열린 민족주의’를 실천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4. 세대·이념 갈등 관리에 대한 응답  

한국 교회가 청년층의 사회개혁을 위한 요구를 외면할 경우, 미국에서 밀레니얼·Z세대가 교회의 정치화를 거부하며 이탈하는 추세와 유사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동시에 우리는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의 극우·극좌 등 다양한 네트워크의 존재와 그 역할과 영향력도 파악해야 한다. 그들이 설정한 주제들이 디지털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무비판적으로 유포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의 배경과 의도와 목적을 분별하여 비판적 응답을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의 신앙적 응답은 복음적 가치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책임적 사회적 책무를 모색함, 즉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사회적 공동선의 제시와 실천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5. 공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신앙의 공공성 강화

미국 복음주의의 정치화로 인한 신뢰 추락 사례를 통하여 우리는 한국 교회 역시 권력과의 관계 설정과 내부적인 의사결정 체계와 재정 투명성 문제 등에 대한 개선 과제를 경고받는다. 복음주의 교회뿐만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의 역사에서도 보듯이 교회 재정의 합리성과 성추문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책임성 강화는 교회의 공적 회복을 위한 주요한 전제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

결론적으로 우리는 최근 미국 복음주의 교회와 트럼피즘과의 유착 관계를 직시하며 교회의 ‘정치적 도구화’를 경계하여야 한다. 교회와 정치권과의 관계는 ‘공공선을 위한 협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교회는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비판적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정치참여는 특정 정당과의 당파적 밀착이 아닌 자유·인권·평화 등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사회적 공동선 추구와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통하여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재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기 위한 교회의 공공적 역할을 책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의 신앙 공동체로서의 영적 차별성과 윤리적 탁월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미국교회와 정치권과의 관계를 참조하면서 우리는 교회가 나름의 유익을 위하여 정치적 권력과 유착할 때 잃는 것(영적·사회적 신뢰, 선교적 확장성)이 얻는 것(특정한 사회문화적 영역에서의 복음적 가치실행과 정책 영향력)보다 클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우리는 십자가와 부활로 상징되는 사랑과 화해와 생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복음적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더욱 교회다운 교회를 세워나가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교회다운 교회되어감이 곧 복음적 정치참여이기 때문이다.


글. 임성빈 (CVO | 장로회신학대학교 전 총장)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기독교와 정치]

* 본 글은 한반도평화연구원KPI 뉴스브리프에 실린 글을 동의를 받고 게시한 것입니다.
   원문 전체를 두 번에 나누어 업로드 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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