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의 문화칼럼] 미국 복음주의 교회 정치참여와 트럼피즘 (1)



서론

지난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 데 대해 예측은 물론이고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문 듯 하다. 필자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보였던 트럼프의 말과 행동에서 보였던 이미지는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정치 지도자로서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특히, 첫 임기를 마칠 즈음 발생한 1.26 국회의사당 난입 폭동과 관련해 트럼프가 보인 행태는 매우 놀라웠기에 과연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다시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것도 지난 선거에 비해 더욱 압도적으로 미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대해 여러 이유를 들 수 있다. 경제적 불만과 인플레이션 장기화, 국경 안보와 이민 정책 재점화, 바이든 노후화와 민주당 내부 갈등, 사법적 리스크 역풍, 선거 경합주(swing states) 전략의 효율성, 디지털 홍보 전략의 진화, 반중국으로 상징되는 반세계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의 국내 정치화 등이 꼽힌다. 이 중 교회의 관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종교 우파와의 전략적 동맹'과 '분노와 두려움'의 정치화다.

이번 선거는 기존의 상식이 많이 빗나갔던 선거였다. 트럼프 자신과 지지층이 보인 백인 편향적 정서와 정책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히스패닉, 아시아계 유권자까지 트럼프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의 경우 기독교 국가주의(Christian Nationalism)와 트럼피즘이 맞물리면서 백인 중심의 전통적 정체성이 강조되었기에 유색인종 유권자가 트럼프를 지지한 결과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미국 보수기독교 세력이 핵심으로 내건 이슈와 트럼피즘이 결합하면서 여타 복합적 과제들을 단순화시켜버렸기 때문이었다. 복음주의자들이 다수를 구성하는 기독교 우파 세력은 전통적 가족형태를 강조하고, 낙태와 동성에 문제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며 이를 핵심적인 문제로 내세웠다. 이들 이슈가 다른 논점을 압도할 정도의 절박한 문제로 제기되면서 트럼피즘과 선택적 유착을 보였고, 전반적으로 트럼프 지지층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사례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기독 신앙인들과 현실 정치의 긴밀한 연대라는 측면에서 미국 상황은 한국과 유사한 점이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일어나는 복음주의 교회/신앙인들과 트럼피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관찰과 분석은 한국교회와 사회, 특히 정치 영역 사이의 건설적 관계 설정을 위한 함의와 과제를 고민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정치 참여와 트럼피즘의 연계


1. 복음주의와 트럼피즘의 연계 고리

(1) 사회문화적 보수정책

미국 복음주의 교계 안에 존재하는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복음주의와 트럼피즘이 상당한 정도의 우호적 관계성을 갖는 데에는 사회문화적 보수정책과 법률 적용 및 제정에 대한 이해 관계가 자리한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른바 낙태 반대(생명권)에 대한 주제이다. 예컨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성과인 연방 대법원 판사 임명(에이미 코니 배럿 등)은 결국 로 대 웨이드 판결 법안 철폐(2022)로 이어졌으며, 이는 복음주의 세력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이와 함께 LGBTQ+ 권리와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와 관련된 종교 자유에 관하여 트럼프는 복음주의가 요구하는 가치관을 지지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종교적 자유 전담반"을 구성해 교회가 요구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보수적 사회문화정책을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와 트럼프의 연합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층을 백인뿐만이 아닌 히스패닉을 포괄하는 다양한 인종군에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한 주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2) 문화적 위기감의 정치화

복음주의자들은 세속화, 다문화주의, 진보적 가치 확산을 기독교 미국의 쇠퇴로 인식한다. 트럼프의 미국 다시 위대하게(MAGA)" 슬로건은 이들의 문화적 불안을 국가 부활" 담론으로 활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때 주목할 것은 기독교 국가주의(Christian Nationalism)다. 미국을 신정국가로 복원해야 한다는 기독교 국가주의 신념이 트럼프와 그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것은 백인 기독교 중심" 정체성 정치로 나타난다.

(3) 정치적 거래 관계

복음주의 지도자(예: 프랭클린 그레이엄, 제리 폴웰 주니어)들은 트럼프 지지를 통해 정부의 정책과 법 적용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고, 트럼프는 이들을 통해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 기반을 넓혀 나갈 수 있었다. 2016년 선거에서 백인 복음주의자의 81%가, 2020년에는 85%가 트럼프에 투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2. 기독교 국가주의의 역할

(1) 기독교 국가주의
기독교 국가주의는 기독교 신앙과 미국의 민족적 정체성을 결합한 이념이다. 이 운동은 미국이 하나님에 의해 특별한 운명을 부여받은 나라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며, 이러한 신념이 미국의 정치적 및 사회적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은 미국의 정치와 법 체계가 기독교적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종종 성경의 가르침을 국가 정책에 통합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이들은 낙태, 동성애, 이민 정책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가지며, 전통적인 가족 가치와 도덕적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것은 곧 '문화전쟁'을 뜻한다.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미국이 "하나님이 선택한 나라"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개입도 정당화된다고 믿는다.


(2)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기독교 정체성
트럼피즘의 기독교 국가주의는 경제적 보호무역, 이민 제한, 국제기구에 대한 회의적 시각 등을 포함하지만, 복음주의자들에게는 기독교 문명 수호" 프레임으로 재해석된다. 예를 들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은 "기독교 미국을 위협하는 외부인 배제"로 정당화되었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백인 정체성과의 결합이다. 일부 급진적 복음주의 집단은 인종적 민족주의를 종교적 사명과 연결 짓기까지 한다. "QAnon" 음모론 지지층 중 상당수가 복음주의자라는 조사도 이 맥락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3) 반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

복음주의자를 자처하는 꽤 많은 사람들은 엘리트 계층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들은 학계• 미디어•민주당을 세속적 진보 엘리트"로 규정하며 트럼프의 "워싱턴 스왑 척결" 메시지에 공감했다.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하나님이 보내신 지도자"로 미화하며, 그의 도덕적 결함(성추문, 거짓말 등)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그들에게 문화 전쟁(Culture War)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였다. 그들은 성소수자 권리, 인종 정책 등에서의 갈등을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활용하며, 전국적으로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해 나갔다.


글. 임성빈 (CVO | 장로회신학대학교 전 총장)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기독교와 정치]

* 본 글은 한반도평화연구원KPI 뉴스브리프에 실린 글을 동의를 받고 게시한 것입니다.
   원문 전체를 두 번에 나누어 업로드 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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